비만 치료는 감량 뒤 몸의 반응까지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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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는 감량 뒤 몸의 반응까지 다뤄야 한다

감량 뒤 커지는 식욕과 체중 조절 반응, 비만의 동반 질환, 약물과 수술 및 생활습관 치료의 역할을 임상 연구와 개인 경험을 구분해 살펴본다.

비만을 의지 부족으로만 설명하면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놓친다. 체중이 줄어든 뒤 몸은 왜 다시 배고픔을 키우고, 줄어든 체중을 되돌리려 할까? 이 질문을 생각하면 감량을 유지하지 못한 사람에게 “더 참았어야지”라고 말하는 일이 얼마나 불충분한지 보인다. 치료에서 필요한 것은 의지를 평가하는 일이 아니라, 몸의 반응과 생활 환경, 동반 질환을 함께 다루는 일이다.

침착맨 채널에 출연한 분당서울대병원 장형우 교수는 비만 생리와 자신의 치료 경험을 연결해 설명한다. 비만 치료는 감량 자체에서 끝나지 않는다. 감량을 유지하는 동안 몸이 보내는 신호와 건강 위험까지 관리해야 한다.

원본 영상 · 아구통 돌리고 싶은 비만의 오해

BMI와 건강 위험을 함께 본다

체질량지수(BMI)는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대한비만학회 2022 지침은 성인 BMI 23 이상 25 미만을 비만 전단계, 25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하고, 비만을 25–29.9의 1단계, 30–34.9의 2단계, 35 이상의 3단계로 나눈다. 국제적으로 널리 쓰는 BMI 30 기준과 한국의 25 기준은 집단별 건강 위험을 바탕으로 정한 분류다. BMI는 체지방량을 직접 재지 않으므로 허리둘레와 혈당, 혈압 및 수면무호흡 같은 동반 질환을 함께 살펴야 한다. 대한비만학회 비만 진료지침

강연은 수면무호흡과 심장 부정맥이 환자의 일상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은 잠든 동안 상기도가 반복해서 좁아지거나 막혀 호흡이 끊기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장형우 교수는 심장 수술 환자를 진료하며 비만과 심방세동 등이 함께 나타난 사례를 보고, 자신도 부정맥을 겪었다고 말한다. 영상의 연령별 그래프는 한 시점에 고연령 집단의 3단계 비만 비율이 낮게 나타난다. 이런 연령대별 비율만으로 사람들이 사망했기 때문이라고 결론 낼 수는 없다. 체중 변화나 출생 세대별 차이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원인을 구분하려면 개인별 추적 자료가 필요하다. BMI 연령 분포의 코호트 효과 연구

2022년 연령대별 2단계와 3단계 비만 유병률

대한비만학회 비만병 팩트시트 2024를 인용한 강의 장면. 침착맨, 33:15

세계보건기구도 비만을 환경적, 심리사회적 영향과 생물학적 취약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성질환으로 설명한다. 음식 환경, 신체활동 기회, 유전적 차이와 건강 체계가 함께 작용한다. WHO 비만과 과체중 자료

체중이 줄면 몸은 다시 균형을 맞추려 한다

체중 감량이 오래 유지되기 어려운 까닭을 설명할 때 강연자는 ‘세트 포인트’라는 말을 쓴다. 체중이 줄면 배고픔이 커지고, 에너지를 아끼려는 반응이 나타나 이전 체중으로 돌아가려는 압력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세트 포인트를 온도조절기처럼 고정된 숫자 하나로 이해하면 지나친 단순화가 된다. 체중 조절은 시상하부를 포함한 신경계, 호르몬, 지방조직과 에너지 대사가 서로 영향을 주는 과정이다. 목표 체중이 평생 고정돼 있는 게 아니라, 감량과 생활 조건 변화에 따라 조절되는 여러 신호가 몸의 균형에 관여한다.

감량 뒤 식욕과 에너지 균형 신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실험에서도 관찰됐다. Sumithran 연구진은 과체중 또는 비만 성인 50명이 10주간 저열량 프로그램으로 체중을 줄인 뒤, 여러 식욕 관련 호르몬과 배고픔이 1년 시점에도 감량 전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는 감량 뒤 식욕 관련 반응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Sumithran et al., 2011

이 관점은 감량을 못한 사람과 했던 사람을 도덕적으로 비교하는 일을 멈추게 한다. 어떤 사람은 담배나 술을 비교적 쉽게 끊고, 어떤 사람에게는 같은 일이 훨씬 큰 고통이다. 강연에서 금연과 금주와 음식 취향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는 이유도 그 차이를 일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한 사람에게 가능했던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 같은 비용과 난이도로 가능하다고 가정할 수 없다. 게다가 음식은 피하면 끝나는 대상도 아니다. 계속 먹어야 하므로 식욕과 환경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반복된다.

Fildes 연구는 영국 진료기록에서 BMI 30 이상 성인을 최대 9년 관찰했다. BMI 40–44.9 집단에서 이 연구에서 정상 체중(BMI 25 미만)에 도달할 연간 확률은 남성 1/1,290, 여성 1/677이었고, 5% 이상 감량할 확률은 각각 1/8, 1/7이었다. 두 결과는 별개이며 연간 확률은 9년 누적률이 아니다. 이 관찰연구는 특정 생활습관 프로그램을 시험하지 않았다. Fildes et al., 2015

Look AHEAD는 제2형 당뇨가 있는 과체중 또는 비만 성인을 대상으로 식사와 신체활동을 집중 지원한 프로그램이다. 6개월 감량 목표를 채우지 못한 참가자에게는 오를리스타트를 추가할 수 있었고, 첫해 519명이 사용했다. 비만 수술 후 측정은 제외한 8년 결과에서 중재군의 50.3%가 5% 이상, 26.9%가 10% 이상 감량했고, 비교군은 각각 35.7%, 17.2%였다. 주요 심혈관 사건 복합 결과에서 유의한 차이는 없었지만, 프로그램에서 의미 있는 감량은 관찰됐다. Look AHEAD 8년 체중 결과, 1년 프로그램과 오를리스타트, 주요 심혈관 결과

Look AHEAD 8년 시점의 5% 및 10% 이상 감량 달성 비율

8년 시점의 초기 체중 대비 감량 달성 비율. 약물 보조 선택지가 포함된 프로그램의 결과를 원논문 수치로 재구성. Look AHEAD, 2014

장형우 교수의 경험은 치료의 복잡함을 보여준다

장 교수는 본인 그래프를 보여주며 여러 차례의 감량과 재증가를 설명한다. 2004년 결혼식을 앞두고 덴마크 다이어트를 2주간 해 85~86kg까지 줄였지만 이후 다시 쪘다. 저탄수화물 식사를 8개월 이어 116kg에서 107kg까지 감량했고, 마지막 3개월에는 삭센다도 사용했지만 추가 감량은 없었다. 2020년 9월 위소매절제술 뒤 6개월 동안 115kg에서 89kg으로 줄었고, 4년 뒤에는 102kg까지 다시 늘었다. 수술 후 음식에 대한 생각이 계속 났고, 체중을 재기 싫어 기록을 피하기도 했다.

부정맥이 재발하자 식사 조절로 한 달 동안 97kg까지 줄였지만 정체를 겪었다. 그는 2024년 위고비가 국내에 나온 직후인 10월 17일 첫 주사를 맞았고, 먹는 양과 음식에 대한 날카로운 열망이 줄었다고 말했다. 본인 그래프에는 위고비 10개월 동안 16kg 감량해 약 81kg, 이어 마운자로를 9개월 사용해 78kg이 된 과정이 표시돼 있다. 초기 그래프의 116kg에서 78kg까지 38kg 줄어든 경과와 함께, 수술 뒤 남아 있던 음식 생각이 약물 후 달라진 경험을 설명했다.

장형우 교수가 제시한 수술과 약물 사용 전후 체중 경과

장형우 교수가 제시한 개인 체중 기록. 침착맨, 1:15:00

약물은 식욕 조절에 작용하고 생활습관 치료와 함께 쓰인다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이고, 티르제파타이드는 GIP와 GLP-1 두 수용체에 작용한다. 이 계열 약물은 식욕과 음식 섭취 조절에 영향을 준다. 약의 효과를 “먹는 양과 상관없이 체중을 빼 준다”고 설명하면 연구가 보여준 작동 경로를 놓친다. 같은 생활습관 지침을 양쪽 군에 제공한 임상시험에서도 실제 섭취량이나 식욕 경험까지 같다고 볼 수는 없다. 체중 변화는 섭취, 포만감, 대사와 여러 요인이 함께 만든 결과다. 강연에서 언급한 약 10% 무반응을 GLP1R 변이가 설명한다고 볼 수는 없다. BMI 40 이상 성인 112명을 본 관찰연구는 특정 변이와 4개월 감량 속도의 연관성을 보고했으며, 이를 전체 무반응의 원인이나 비율로 확정하지 않았다. GLP1R 변이 연구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정보도 티르제파타이드가 GIP와 GLP-1 수용체에 작용하고 식욕에 영향을 줘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것으로 설명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티르제파타이드 허가 정보

GIP와 GLP-1 신호가 뇌와 위장관에 작용하는 경로

식욕과 섭취 조절을 설명하는 강의 도식. 침착맨, 1:11:40

시험 결과를 보면 체중 감소 효과가 크고, 사람마다 결과는 다르다. STEP 1 시험에서 당뇨병이 없는 과체중 또는 비만 성인은 68주 뒤 세마글루타이드군에서 평균 14.9%, 위약군에서 2.4% 체중이 줄었다. 양쪽 모두 저열량 식사와 신체활동 증가를 함께 안내받았다. SURMOUNT-1에서는 역시 당뇨병이 없는 과체중 또는 비만 성인에서 72주 뒤 티르제파타이드군의 평균 감량이 시험군별 15.0%, 19.5%, 20.9%였고, 위약군은 3.1%였다. 두 시험은 참가자와 설계가 다른 별개의 연구다. 숫자만 나란히 놓아 약물의 우열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약물 치료가 임상적으로 큰 감량을 돕는다는 점과 생활습관 관리가 함께 제공됐다는 점은 보여준다. STEP 1, SURMOUNT-1

치료를 중단한 뒤 체중이 다시 늘 수 있다는 점은 장기 계획에서 중요하다. STEP 1 연장연구에서는 약물과 연구의 생활습관 중재가 함께 종료된 뒤 참가자들이 감량분의 상당 부분을 되찾았다. SURMOUNT-4에서도 티르제파타이드를 계속한 집단과 위약으로 전환한 집단의 이후 체중 변화가 달랐다. 두 연구는 감량을 유지하는 동안 치료 지속 여부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STEP 1 연장연구, SURMOUNT-4

약물 치료에는 위장관 증상과 담낭 관련 이상 등 고려할 부작용이 있고,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위험과 적절성이 달라진다. 국가별 허가 내용도 다를 수 있다. 한국 의약품 허가 정보는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의 체중 관리에서 저열량 식사와 신체 활동 증가를 보조요법으로 함께 제시한다. 약물, 수술, 식사와 활동은 각각 맡는 역할이 다르며, 필요한 치료를 조합해 장기적으로 관리한다. 치료비와 접근성도 지속 여부를 좌우하는 조건이다. 위고비 한국 허가사항, 마운자로 한국 허가사항

감량의 구성과 생활습관의 자리를 함께 봐야 한다

체중이 줄면 지방과 제지방이 함께 줄 수 있다. 티르제파타이드 임상시험의 체성분 하위연구에서 감량분의 평균 약 75%는 지방, 25%는 제지방이었다. 제지방에는 골격근 외에도 수분과 다른 조직이 포함되므로, 이 비율을 근육 손실률로 바꾸어 읽으면 안 된다. 체중과 함께 허리둘레와 근력, 기능을 살피는 이유다. SURMOUNT-1 체성분 하위연구

운동은 체중계 숫자를 줄이는 일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체력과 기능을 키우고, 감량 과정에서 근육을 보존하는 데도 의미가 있다. 식사 조절 역시 중요한 치료 요소다. 감량 뒤 식욕과 대사 반응을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에게는 이런 생활습관을 지속할 수 있도록 치료와 지원을 더할 필요가 있다. WHO는 성인 비만에 대한 GLP-1 계열 치료를 장기 관리의 한 방법으로 조건부 권고하면서도 건강한 식사, 규칙적인 신체활동, 의료진 지원을 포함한 포괄적 접근 안에 두었다. 약물의 장기 효과와 안전성, 중단 후 관리, 비용과 건강체계의 준비가 계속 논의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WHO GLP-1 비만 치료 지침 발표

비만을 의지 시험으로 만들면 감량 뒤의 생리 반응과 치료 선택지를 놓친다. 생활습관은 건강과 감량 유지에 중요하지만, 이를 모든 환자가 홀로 감당해야 할 유일한 치료로 만들 수는 없다. 약물과 수술을 포함한 치료를 장기 관리의 일부로 두고 체중뿐 아니라 건강과 기능을 돌봐야 한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자책이 아니라 치료를 이어갈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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