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이 벌어준 시간, 한국 경제는 무엇을 바꿔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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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이 벌어준 시간, 한국 경제는 무엇을 바꿔야 하나

슈카월드와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의 대담을 바탕으로 금리·환율 논쟁부터 부동산·입시·노동시장·AI까지, 호황의 이익을 구조개혁과 다음 세대의 기회로 연결하는 조건을 살펴본다.

이 글의 목차
  1. 반도체가 잘될 때 개혁해야 하는 이유
  2. 세수는 경기와 함께 움직이고, 지출은 오래 남는다
  3. 금리는 물가·성장·금융안정을 함께 보고 결정한다
  4. 수출이 잘돼도 원화가 약할 수 있다
  5. ‘서학개미 탓’ 논쟁에서 설명과 책임을 구분하기
  6. 통화스왑과 국가 신용은 무엇으로 지켜지는가
  7. 한국은행이 교육과 노동을 말하는 이유
  8. 집을 늘리는 정책과 서울로 몰리는 이유를 함께 다뤄야 한다
  9. 지역별 비례선발은 입시와 주거의 연결을 건드리는 제안이다
  10. 정년과 청년 채용을 같은 노동시장 안에서 보기
  11. AI의 생산성이 청년의 기회로 이어지려면
  12. 서비스업의 문을 열 때 전환 비용도 함께 다루기
  13. 호황의 성과를 다음 세대의 진입 기회로 바꾸자

반도체 호황은 한국 경제가 구조개혁의 비용을 감당할 기회다. 기업의 이익과 세수가 늘어나는 동안 교육·주거·고용의 막힌 통로를 열어야 한다. 지금의 수익을 오래 지속될 소득으로 가정해 지출을 고정하고, 자산 가격 상승을 성장의 완성으로 받아들이면 다음 불황에는 바꿀 여력까지 줄어든다.

슈카월드의 「이제는 말씀드리겠습니다.」에서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가 풀어놓은 이야기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여기에 있다. 대담은 금리와 환율에 대한 재임 중 판단에서 시작해 부동산, 대학 입시, 노동시장, 서비스업, AI와 청년의 의사결정권으로 이어진다. 각각의 쟁점은 한국이 번 돈을 어디에 쓰고, 다음 세대가 어떤 경로로 기회를 얻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연결된다.

원본 영상 · 슈카월드 — 이제는 말씀드리겠습니다.

2026년 10월 10일 공개된 약 98분 분량의 대담. 아래에서는 영상 속 설명과 정책 제안을 따라가되, 관련 연구와 이 글의 판단을 함께 연결한다.

반도체가 잘될 때 개혁해야 하는 이유

대담 초반에 이창용은 불과 얼마 전까지 반도체 전망이 얼마나 어두웠는지부터 되짚는다. 삼성전자의 HBM 경쟁력을 걱정하던 때 전문가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지만, 지금과 같은 호황을 자신 있게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는 회고다. 분위기가 좋아지자 이번에는 호황이 앞으로도 오래갈 것이라는 확신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정책의 시간이다. 기업은 수요 전망에 따라 투자를 늘리고 줄이지만, 국가는 호황이 예상보다 빨리 끝나는 경우까지 감당해야 한다. AI 수요, 기술 경쟁, 중국의 생산능력, 첨단 장비에 대한 수출통제가 바뀌면 지금의 수익 구조도 달라진다. 당장의 실적이 좋아진 사실과 그 실적이 10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은 정책에서 서로 다른 무게를 가져야 한다.

이번 호황의 힘을 작게 볼 이유는 없다. 이종웅·김다애·한진수의 한국은행 이슈노트 「이번 교역조건 개선은 왜 다른가: 반도체 경기 호조의 실물경제 파급영향」은 AI 관련 수출 수요가 이끄는 소득 증가가 과거의 유가 하락에 따른 비용 절감보다 지속적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동시에 수혜가 IT 부문과 고소득·고자산 계층에 치우치고, 고용과 국내 투자로 전달되는 경로에는 제약이 있다고 짚는다. 호황의 지속 가능성과 호황의 과실이 넓게 퍼지는가는 따로 풀어야 하는 문제다.

이 보고서에서 2026년 1분기 실질 GDP는 전년 동기보다 3.8%, 교역조건 변화를 반영한 실질 GDI는 13.2% 늘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생산량 증가를 넘어 국내의 구매력을 키운 셈이다. 호황이 만든 소득의 크기는 분명하다.

GDP와 GDI 성장률, 반도체 수출의 단가와 물량 기여 비교

2008년–2026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실질 GDP·GDI 성장률과 반도체 수출금액 분해. 출처: 이종웅·김다애·한진수, BOK 이슈노트 제2026-16호, 3쪽 그림 1·2.

그 소득이 일자리로 퍼지는 통로는 상대적으로 좁다. 아래 산업연관 지표에서 2023년 IT 제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3.6으로 전 산업의 8.2보다 낮다. 해외 장비를 사들이는 투자도 국내 생산으로 전부 돌아오지는 않는다. 수출 실적에 맞춰 체감 경기가 저절로 개선되기를 기다리기보다, 새 소득이 고용과 소비로 이어질 통로를 넓혀야 한다.

IT 제조업 비중 상승과 산업별 생산 및 취업유발계수

왼쪽은 2020년 1분기–2026년 1분기 생산·비중, 오른쪽은 2020–2023년 산업연관계수. IT 제조업은 컴퓨터·전자·광학기기 기준. 출처: 이종웅·김다애·한진수, BOK 이슈노트 제2026-16호, 6쪽 그림 5·6.

반도체 기업이 큰돈을 벌어도 청년이 첫 직장을 얻는 문이 좁고, 좋은 교육과 일자리를 위해 수도권에 들어가야 하며, 그 과정에서 주거비가 소득을 빨아들이면 성장의 체감은 갈라진다. 53분 47초 이후의 구조개혁 대목에서 그가 다시 반도체를 꺼내는 이유다. 호황이 시간을 벌어주었을 때 그 시간을 제도 변화에 써야 한다.

세수는 경기와 함께 움직이고, 지출은 오래 남는다

확장재정에 대한 답변은 이 시간 차이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반도체 이익이 늘면 세수가 좋아진다. 그 세수에 맞춰 상시적인 지출을 확대하면, 몇 년 뒤 업황이 식어도 이미 만들어진 지출 약속은 남는다. 한두 해의 수입 증가로 여러 해의 의무를 만드는 구조다.

호황 때 늘리는 예산과 장기 지출의 위험을 설명하는 이창용

세수 전망과 장기 지출 약속을 연결해 재정 위험을 설명하는 대목. 슈카월드, 10:48

반도체 호황은 기업이익과 성과급, 주식 거래를 거쳐 여러 세목을 동시에 늘린다. 이종웅·김다애·한진수는 코로나19 이후 반도체 수출과 세입의 동행성이 커진 점을 지적한다. 아래 왼쪽은 세입이 개선되는 경로, 오른쪽은 업황에 따라 세입 변동도 커지는 관계를 보여준다. 지출을 결정할 때는 증가한 세수의 규모와 함께 그 수입의 변동성을 계산해야 한다.

반도체 호황의 세수 개선 경로와 반도체 사이클 및 세입 증가율

왼쪽은 세수 개선 경로, 오른쪽은 2010–2025년 반도체 수출과 세입의 관계. 반도체 사이클은 수출액의 로그값에서 장기 추세를 제거해 산출. 출처: 이종웅·김다애·한진수, BOK 이슈노트 제2026-16호, 13쪽 그림 26·27.

좋을 때 재정을 더 늘리고 나쁠 때 세수가 부족해 지출을 줄이면, 정부가 경기의 진폭을 키우게 된다. 호황으로 생긴 여유를 어떻게 쓸지는 지출의 규모와 성격을 함께 봐야 한다. 기존 제도를 그대로 둔 채 지급액만 늘리는 방식과, 산업 전환의 보상·재교육·지역의 생활 기반을 마련하는 방식은 이후에 남기는 자산이 다르다.

개혁으로 손해를 보는 사람에게 전환 비용을 보상하고, 새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게 돕고, 다음 충격에 대응할 여유를 남기는 데 호황의 재원을 써야 한다. 돈이 있어야 이해관계 조정도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금리는 물가·성장·금융안정을 함께 보고 결정한다

재임 중 금리 정책에 대한 비판에 이창용은 먼저 시기를 나눠 답한다. 취임 당시 1.5%였던 기준금리는 2023년 1월 3.5%까지 올랐다. 이후에는 물가가 둔화하는 가운데 성장세와 금융시장의 불안을 함께 봐야 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금리 경로도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에서 확인된다.

2023년 1월 기준금리 3.5%를 언급하는 이창용

취임 후 기준금리가 3.5%까지 오른 경로를 되짚는 장면. 슈카월드, 12:53

그의 답변에서 핵심은 환율과 기준금리의 관계다. 원화가 약해졌다는 이유만으로 금리를 계속 올리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 내수와 고용에 비용이 생긴다. 중앙은행은 환율이 수입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에 얼마나 전달되는지, 외화 조달이나 금융시장 기능에 어떤 위험이 생기는지를 따져야 한다. 특정 환율 숫자를 유지하는 데 모든 정책을 맞추면 다른 목표의 손실이 커진다.

이 논리는 상황에 따라 인상과 인하 모두를 요구한다. 영상의 재임 회고와 현재의 정책 환경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2026년 8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로 인상하며 물가와 성장, 수도권 주택시장과 가계부채를 함께 설명했다. 환율 하나로 금리의 방향을 정할 수 없다는 원칙은 같고, 판단에 들어가는 경제 여건이 달라진 것이다. 2026년 8월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 모두발언

글로벌 금리에 대해서는 전쟁과 유가뿐 아니라 재정적자, AI 투자에 필요한 자금 수요, 일본의 장기 저금리 환경 변화도 거론한다. 한국만 금리를 조정한다고 세계의 자금 가격까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는 없다. 정책의 선택지를 논할 때 이 외부 조건이 먼저 놓여야 한다.

한국식 점도표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다. 이창용은 공통의 경제 전망 아래 금통위원들이 생각하는 향후 6개월의 금리 경로를 드러내는 일이 총재 한 사람의 말에만 시장이 매달리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지역 연준별 전망 체계와 한국의 구조는 다르다. 예고된 경로가 확약으로 소비되지 않도록, 경제 전망과 그 전망이 달라질 조건까지 전달하는 소통이 중요하다.

수출이 잘돼도 원화가 약할 수 있다

환율이 급락한 배경을 묻는 대목에서 그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매를 주요 변수로 든다. 국내 주가가 크게 오르면 해외 투자자의 전체 자산 중 한국 주식 비중도 높아진다. 목표 비중이나 위험 한도를 맞춰야 하는 투자자는 일부를 매도하고 달러로 바꿀 수 있다. 한국 기업의 실적이 좋아 주가가 올랐는데, 그 상승이 포트폴리오 조정과 달러 수요를 부르는 경로다.

수출로 버는 외화만 보면 이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경상거래를 통해 외화가 들어오는 동시에 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와 외국인의 자금 회수로 외화가 나간다. 환율을 읽으려면 수출 실적과 자본 이동을 함께 봐야 한다.

2024년과 2025년 한국의 해외 직접투자 및 증권투자 비교

2024–2025년 연간 해외투자액을 재구성했다. 개인만의 투자나 자산 보유잔액이 아니다. 출처: 신상호·이주현, BOK 이슈노트 제2026-15호, 4쪽.

해외에서 이익을 냈다는 사실도 곧바로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가 공급됐다는 뜻은 아니다. 현지 법인이 이익을 배당하지 않고 다시 투자하면 통계상 투자소득과 실제 국내 환전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신상호·이주현의 「해외투자와 투자소득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해외자산 축적이 장기적인 외화소득과 대외지급능력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와,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과정의 외환 수요를 함께 분석한다.

이창용이 특정 환율 수준을 무리하게 방어하는 데 비판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산 비중을 줄이려는 외국인에게 중앙은행이 계속 달러를 내주면, 공적 자원이 상대방의 환전 비용을 낮춰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변동과 시장 기능의 마비에 대응하는 일, 특정 가격을 계속 보장하는 일은 정책의 목적과 비용이 다르다.

‘서학개미 탓’ 논쟁에서 설명과 책임을 구분하기

26분 45초부터 슈카는 가장 불편한 질문을 직접 던진다. 왜 환율 상승의 책임을 해외주식에 투자한 개인에게 돌렸느냐는 비판이다. 이창용은 발언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자신이 설명하려던 것은 외환 수급의 변화였다고 답한다.

슈카가 제시한 비유는 물이 가득 찬 잔의 마지막 한 방울이다. 잔을 채운 다른 원인은 두고 마지막에 들어간 개인 투자자만 탓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이창용은 가격이 결정되는 순간에는 추가적인 수요가 중요하며, 성장률이나 금리 차처럼 단기간에 바꾸기 어려운 요인과 당장 조절할 수 있는 수급을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응급실에 온 환자에게 평소 운동을 잘하라는 말만 해서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비유도 이어진다.

서학개미 발언과 환율 수급의 여러 요인을 설명하는 이창용 전 총재

단기 수급 요인과 누적된 구조적 요인을 설명하는 장면. 슈카월드, 28:30

이 설명은 단기 외환시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서 정책의 정당성까지 평가하려면 한 단계가 더 필요하다. 개인의 합법적인 자산 배분이 달러 수요를 늘렸다는 분석과, 그 개인이 잘못했으니 투자를 억제해야 한다는 판단 사이에는 큰 거리가 있다. 누가 얼마나 수요를 만들었는지뿐 아니라 조치의 효과와 비용, 다른 수단의 가능성도 비교해야 한다.

이어지는 해외투자 답변에서 이창용 역시 개인의 해외투자 확대를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인다. 자산이 늘고 투자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쉬워진 상황에서 국내 자산만 보유하라고 할 수는 없다. 국내 시장의 매력을 높이는 노력과 투자자의 환위험 이해가 함께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원화 생활자에게는 달러 기준 투자수익과 원화로 환산한 수익이 다르다. 해외주식이 올라도 원화가 강해지면 원화 수익은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주가 변동이 크지 않아도 원화 약세가 환산 수익을 높일 수 있다. 해외투자의 성과를 주식 선택과 환율 효과로 나눠 보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다.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영향력에 걸맞은 운용 역량을 요구한다. 규모가 커진 투자자의 거래는 시장 가격과 외환 수급에 영향을 준다. 그 영향을 운용 판단 안에서 이해할 인력과 분석 체계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창용은 이를 정부 지시에 따라 투자하라는 의미와 구분해 설명한다.

통화스왑과 국가 신용은 무엇으로 지켜지는가

한미 통화스왑에 대한 설명은 대외 신뢰의 성격을 드러낸다. 이창용은 연준이 미국의 금융안정과 달러 조달 시장의 문제를 중심에 두고 판단한다고 설명한다. 한국의 환율이 불편하다는 사정이나 중앙은행 총재 사이의 친분만으로 원하는 안전망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연준의 달러 유동성 스왑 설명도 해외의 자금시장 불안이 미국 시장으로 번지는 위험을 줄이고, 달러를 필요로 하는 금융기관에 자금이 전달되도록 하는 목적을 명시한다. 대담에서 이창용이 정리한 조건은 이런 정책 논리에 대한 설명으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환율이 특정 수준을 넘으면 자동으로 발동하는 가격 보증 장치로 이해하면 실제 제도의 목적을 놓친다.

비상계엄 당시의 회고는 국가 신용을 지키는 또 다른 기반을 보여준다. 그는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딥페이크를 의심할 만큼 놀랐고,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을 특히 우려했다고 말한다. 한 번 훼손된 신뢰는 단기적인 시장 안정만으로 곧바로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에 전달하려 했던 메시지는 한국의 제도적 절차가 계속 작동한다는 것이었다. 과거 탄핵 사례와 절차를 정리해 설명하고, 헌법재판소를 통한 해결 경로를 제시했다는 회고가 이어진다. 그러므로 헌법기관 구성과 절차가 지연되는 일은 국내 정치의 문제이면서 대외 신뢰의 문제이기도 했다. 투자자는 정책 당국이 낙관적인 말을 하는지와 함께, 충격을 처리할 규칙이 실제로 유지되는지를 본다.

그가 한국의 가장 큰 위험으로 지정학을 드는 이유도 이 기반과 맞닿아 있다. 남북 관계에 더해 미·중 경쟁과 주변 강대국 사이의 질서가 수출과 투자, 금융안정의 조건을 바꾼다. 경제의 실적을 지키려면 산업 경쟁력과 제도에 대한 신뢰를 함께 유지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교육과 노동을 말하는 이유

50분 57초부터 대화의 무게중심이 구조개혁으로 이동한다. 중앙은행이 왜 대학 입시와 노동시장까지 말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은 통화정책의 한계다.

교육과 노동의 구조 때문에 성장할 힘이 약해졌는데, 해법을 금리 인하에서만 찾으면 돈은 풀려도 생산성이 충분히 높아지지 않을 수 있다. 수요가 특정 자산으로 몰리면 주거비와 자산 격차가 더 커진다. 중앙은행이 구조적 원인을 설명해야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도 분명해진다는 논리다.

물가에서도 비슷한 구분이 필요하다. 물가상승률이 안정됐어도 이미 오른 가격 때문에 생활비 부담은 클 수 있다. 특히 농산물의 수급과 유통, 수입 구조에서 비롯된 비싼 가격을 기준금리 하나로 낮추려 하면 경제 전체가 비용을 치른다. 가격이 만들어지는 구조에 맞는 수단이 필요하다.

이 대목은 이후의 여러 개혁안을 묶어준다. 수도권의 집값, 사교육 경쟁,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한쪽의 비용만 보조하면 다른 쪽의 가격으로 흡수될 수 있다. 사람들이 선택하는 경로 자체를 바꾸어야 지원의 효과가 오래 남는다.

집을 늘리는 정책과 서울로 몰리는 이유를 함께 다뤄야 한다

부동산 대목에서 이창용은 수도권의 일부 지역과 지방의 상황을 구분한다. 전국을 하나의 주택시장으로 놓으면 가격이 오르는 곳과 수요가 약한 곳에 같은 처방을 하게 된다. 어디에 어떤 집이 부족한지, 사람들이 왜 그곳을 원하는지부터 봐야 한다.

그는 공급 확대와 함께 수도권 집중을 만드는 수요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좋은 일자리와 교육, 의료와 문화가 서울에 모여 있으면 가계는 비싼 주거비를 감수하고 들어온다. 더 좋은 교육을 위해 이사하고, 그 지역의 집값이 올라 더 많은 자산이 필요해지는 과정이 반복된다.

지역 정책에 대해서는 거점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방식을 말한다. 공공기관이나 시설을 조금씩 나눠 배치하면 각각은 존재해도 하나의 생활권이 갖춰지기 어렵다. 산업과 일자리 옆에 병원, 교육, 문화시설이 함께 있어야 가족이 정착할 선택지가 된다. 공장을 유치한 성과와 그 지역에서 계속 살 수 있는 조건을 연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서울에 대응할 지역 거점을 키우자고 말하는 이창용

시설의 분산 배치에서 생활권을 갖춘 지역 거점으로 논의를 옮기는 대목. 슈카월드, 59:48

정민수·이영호·유재성·김의정의 「지역경제 성장요인 분석과 거점도시 중심 균형발전」은 혁신도시의 실제 정주 결과를 비교한다. 대도시 내부나 기존 도시 인근에 입지한 신시가지형 혁신도시가 외곽 신도시형보다 인구 유입과 가족 동반 이주에서 대체로 나았다. 공공기관을 이전시키는 행정 결정 뒤에도 교육·의료·문화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지가 가계의 선택에 남는다는 설명이다.

혁신도시의 인구 규모에 따른 계획인구 달성률과 가족동반 이주율

계획인구 달성률은 2022년 6월, 가족 동반 이주율은 2023년 6월 기준. 도시별 관측 비교. 출처: 정민수·이영호·유재성·김의정, BOK 이슈노트 제2024-15호, 20쪽 그림 24.

이 비교는 입지와 규모가 다른 도시들의 관측 결과이며 특정 시설의 인과효과를 분리한 값은 아니다. 그 차이까지 포함한 정주 성과를 봐야 기관 이전 수와 투자액만으로 평가할 때 놓치는 부분이 드러난다. 지역에 일자리를 보내는 정책은 가족이 함께 옮길 만한 생활권을 만드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

주택 금융과 세제에 대한 비판도 이 수요 구조를 향한다. 그는 정책대출이 구매력을 늘려 집값을 자극하고, 높아진 집값 때문에 더 큰 지원이 요구되는 순환을 경계한다. 분양가상한제 아래에서 당첨자에게 큰 차익이 돌아가는 구조도 문제로 든다. 구매 지원의 효과를 보려면 수혜자가 받은 금액에 더해 거래 가격과 신규 진입자의 부담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봐야 한다.

세금에서는 보유 부담과 거래 부담의 구성을 바꾸자는 제안을 한다.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어 기존 주택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동하도록 유도하자는 방향이다. 대담에서 특히 강조하는 조건은 정책의 지속성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방향이 뒤집힐 것이라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적응하기보다 버티기를 선택한다.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야 주택 보유와 이동의 계산도 달라진다.

이 제안들을 묶는 기준은 명확하다. 집을 살 때 더 큰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만드는 데서 멈추면 주거비 경쟁은 계속된다. 일자리와 교육의 입지를 넓히고, 기존 주택의 이동을 쉽게 하며, 실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있게 하는 변화가 같이 가야 한다.

지역별 비례선발은 입시와 주거의 연결을 건드리는 제안이다

대학 입시를 다루는 대목에서 슈카는 지역별 비례선발이 역차별이라는 반론을 제시한다. 이창용은 같은 시험을 치렀다는 사실만으로 출발 조건까지 같았다고 볼 수 있는지 되묻는다. 부모의 경제력과 거주지역, 사교육 자원이 시험 성적과 진학 기회에 영향을 주는 상황을 제도 안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쟁점이다.

입시 성적과 부모의 재산 사이의 관계를 논하는 이창용

부모의 경제력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을 들어 입시 공정성을 논하는 장면. 슈카월드, 1:07:28

2018년 서울과 강남 3구의 일반고 졸업생 비중과 서울대 진학생 비중 비교

2018년 일반고 졸업생 기준의 지역별 비중이다. 서울대 진학생 역시 일반고 출신만을 대상으로 하며, 최신 입시 결과와 구분해야 한다. 출처: 정종우·이동원·김혜진, BOK 이슈노트 제2024-26호, 1·6쪽. 반올림 수치를 재구성했다.

위 도표는 정종우·이동원·김혜진의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에 제시된 수치다. 서울의 일반고 졸업생 비중과 서울대 진학생 비중 사이에 차이가 크다. 이 자료는 입시 결과에 지역과 교육환경이 깊이 얽혀 있다는 문제를 보여준다.

지역별 비례선발은 일부 상위권 대학이 자발적으로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하고, 세부 선발기준과 전형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제안이다. 입시를 위해 특정 지역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유인을 약화시키고, 다양한 배경의 인재를 발굴하려는 목적을 가진다. 보고서가 제시하는 효과는 제도의 설계와 분석에 근거한 기대효과다. 전국 시행 이후의 성과를 측정한 결과와는 구분해야 한다.

대담에서는 지방대학에 자원을 투입하는 방식과도 차이를 둔다. 기존의 대학 서열과 수도권 진학을 향한 유인이 강하게 유지되면, 지방대학 지원만으로 가계의 선택을 충분히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상위권 대학에 진입하는 경로까지 바꾸어야 입시와 주거가 맞물린 경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슈카가 제기하는 선발 비리 우려도 가볍지 않다. 평가 요소를 다양하게 만들수록 판단의 재량과 감시 비용이 늘어난다. 이창용은 부정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답한다. 이 제안의 성패는 선발 비율뿐 아니라 지역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고, 이동이나 편법을 어떻게 다루며, 실제 학업 성과와 기회 확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달려 있다.

공정성의 평가 범위를 넓혀야 한다. 시험 직전의 규칙에 더해 그 시험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돈과 거주 비용까지 살펴야 한다. 그 비용을 줄이는 제도 변화는 교육정책이면서 주거정책이고, 청년이 가정을 꾸리는 조건에 대한 정책이기도 하다.

정년과 청년 채용을 같은 노동시장 안에서 보기

노동시장 개혁에 관한 답변은 이미 조직 안에 들어간 사람과 아직 들어가지 못한 사람의 차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정규직과 조직된 노동자의 이해는 의사결정에 반영되기 쉽다. 청년, 비정규직, 취업 준비생처럼 입구 밖에 있는 사람의 손실은 같은 무게로 드러나기 어렵다.

정년 연장에 대한 그의 우려도 이 구도에서 나온다. 더 오래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고령화 사회에서 중요한 과제다. 여기에 임금체계와 근로시간, 직무 배치의 변화가 함께 가지 않으면 기업은 늘어나는 고용 비용을 신규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다. 기존 근로자의 고용을 연장한 성과와 청년의 진입 기회를 동시에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년 연장 비용과 신규 채용 축소를 연결해 설명하는 이창용

임금 경로를 유지한 정년 연장이 신규 채용에 주는 부담을 설명하는 대목. 슈카월드, 1:14:36

실제 제도 변화에서도 고용의 조정은 나타났다. 한요셉의 KDI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는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60세 정년 의무화를 분석했다. 민간사업체에서는 정년 연장 혜택 대상자가 한 명 많을 때 55–60세 고용이 0.6명 늘고 15–29세 고용이 0.2명 줄어드는 효과가 추정됐다. 특히 규모가 크거나 기존 정년이 낮았던 사업체에 변화가 집중됐다.

같은 연구가 소개하는 공공기관의 결과는 달랐다.

분석 대상함께 작동한 제도와 관측 결과설계에 주는 시사점
민간사업체고령층 고용 증가와 청년층 고용 감소가 함께 나타남급격한 비용 증가가 신규 채용으로 전가되는 경로를 줄여야 함
공공기관청년 의무채용과 임금피크제가 병행되면서 고령층·청년층 고용이 함께 증가. 40대 초반 고용은 감소채용 규칙과 임금 조정이 결과를 바꾸며, 다른 연령대로 이동한 부담까지 봐야 함

정년의 숫자만 올릴 때와 임금·채용 규칙까지 함께 바꿀 때는 결과가 달랐다. 따라서 정년 연장과 청년 채용을 함께 살리려면 연장의 속도, 임금 경로, 신규 채용 재원을 한 묶음으로 설계해야 한다. 정년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중소기업·비정규직 고령자에게는 별도의 일자리와 재취업 지원이 필요하다.

퇴직한 전문가가 짧은 시간이라도 경험을 활용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성도 거론한다. 사람마다 일할 수 있는 시간과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다른데, 일자리의 형태가 획일적이면 그 능력이 생산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연령과 근속연수에 따라 고정된 경로를 따라가는 체계를 직무와 기여에 맞게 바꾸자는 이야기다.

여기서 개혁의 비용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까지 설계해야 한다. 직무 전환과 임금 조정으로 생기는 손실, 실직 뒤 재교육과 재취업에 드는 비용을 개인에게만 떠넘기면 변화에 대한 반대는 강해진다. 호황의 재정을 고용 안전망과 이동 지원에 쓸 이유가 이 대목에서 다시 생긴다. 새로운 사람을 뽑을 여유와 기존 사람이 옮겨갈 통로를 함께 만들어야 노동시장 전체가 움직인다.

AI의 생산성이 청년의 기회로 이어지려면

AI가 일자리를 바꾼다는 말은 기술의 능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대담에서 이창용이 더 구체적으로 짚는 것은 조직이 그 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AI를 잘 쓰는 청년이 들어와도 업무 배치와 성과 보상, 의사결정권이 연공서열에 묶여 있으면 생산성의 이익이 그 사람의 경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는 청년이 윗사람에게 AI 활용법을 가르치고, 정작 성과를 설명하거나 인정받는 자리는 윗사람에게 돌아가는 상황을 예로 든다. 새로운 기술을 가진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기여를 보상할 구조가 없으면 기업도 신입을 늘리기보다 기존 인력을 유지하면서 채용을 줄이는 쪽을 선택하기 쉽다는 설명이다.

오삼일·오영식의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는 국민연금 가입자 자료에서 2022년 6월–2026년 6월 청년층 일자리가 28.5만 개 감소했고, 이 중 26.8만 개가 AI 고노출 업종에 집중됐다고 분석한다. 같은 업종의 50대 일자리는 17.3만 개 늘었다. ‘감소분의 94%’는 업종별 구성비이며, AI의 인과 기여율은 아니다. 과잉 채용의 정상화, 경력직 선호와 교육훈련 약화도 이 변화에 작용할 수 있다.

2022년 6월에서 2026년 6월까지 AI 노출도별·연령별 고용 증감

2022년 6월 대비 2026년 6월, 단위 만 명. 국민연금 가입자 자료 기준이며 고노출은 산업별 AI 노출도 상위 두 분위. 출처: 오삼일·오영식, BOK 이슈노트 제2026-19호, 7쪽 그림 5.

해법을 더 구체적으로 만드는 것은 활용 방식의 차이다. 보고서에서 AI 자동화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청년고용 감소가 컸지만, 인간의 업무를 보조하는 증강 비중에서는 같은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다. 활용 방식 지표는 Claude 사용자료에 기반하므로 국내 근로자의 실제 사용 비중과 동일한 값은 아니다. 그 범위에서 보더라도, AI로 업무를 없애는 설계와 사람이 더 어려운 일을 하도록 돕는 설계를 구분해야 한다는 근거가 된다.

AI 자동화와 증강 사용 비중별 청년 취업자 수 추이

2022년 11월=100, 계절조정. 각 활용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4분위이며, 자동화·증강 지표는 Claude 사용자료 기반. 출처: 오삼일·오영식, BOK 이슈노트 제2026-19호, 9쪽 그림 7·8.

중요한 연결은 첫 일자리와 경력의 축적이다. 입문자가 하던 업무를 자동화한 뒤 그 자리를 통째로 없애면, 다음에 필요한 숙련자가 성장할 경로도 약해질 수 있다. 조직은 AI 도입으로 절약한 시간 일부를 신입의 훈련과 더 어려운 업무로의 이동에 써야 한다. 청년에게 AI 사용법을 배우라고 요구하는 만큼, 그 능력을 쓸 자리와 보상도 바꿔야 한다.

청년의 의사결정 참여에 관한 이야기는 이 논의를 끝까지 밀고 나간다. 경험이 많은 사람은 조언하고, 새로운 기술과 시장에 더 익숙한 사람이 실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회의에 청년을 앉히는 것과 예산·인사·사업 방향에 영향을 줄 권한을 주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크다.

청년층의 정책 의사결정 참여를 말하는 이창용

경험자의 자문과 새 기술을 아는 사람의 의사결정권을 구분하는 대목. 슈카월드, 1:28:07

기술이 빠르게 바뀔수록 기수와 연차만으로 권한을 배분하는 방식의 비용도 커진다. 성과에 따른 보상, 실패 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경로, 능력에 맞는 책임이 있어야 새로운 산업의 성과가 청년에게 돌아간다. 대담의 AI론은 이 조직의 변화까지 포함할 때 가장 설득력이 있다.

서비스업의 문을 열 때 전환 비용도 함께 다루기

의료와 서비스업의 진입장벽을 다루는 대목에서 이창용은 한국이 가진 기술과 인력이 새로운 산업으로 확장되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한다. 송도에서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발전시키려 했던 구상, 의료 데이터의 활용, 플랫폼과 자율주행을 둘러싼 갈등을 사례로 든다.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반도체 성과를 경제 전반으로 연결하는 데도 중요하다. OECD의 2024년 한국경제보고서는 IT 제조업의 높은 생산성과 다른 사업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비스업에는 많은 사람이 일한다. 이 부문의 생산성을 높여야 더 넓은 고용과 소득으로 성과가 이어질 수 있다.

OECD와 한국의 산업별 상대 생산성 및 고용 비중 비교

2018년 자료. 왼쪽은 각 경제의 전체 생산성 대비 산업별 생산성, 오른쪽은 고용 비중이며 모두 %. 기타 사업서비스는 주택 부문 제외. 출처: OECD Economic Surveys: Korea 2024, 54쪽 Figure 3.4, OECD STAN. © OECD 2024.

OECD는 생산성 격차를 진입·퇴출과 기술 확산, 자원의 이동 문제와 연결하고 서비스업의 진입 규제도 지적한다. 제조업의 성공을 지원하는 정책에 더해, 서비스 기업이 경쟁하고 성장할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사례들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것은 새 시장의 편익이 미래의 여러 사람에게 분산되고, 기존 종사자의 손실은 당장 눈앞에 집중된다는 구조다. 현재의 손실을 조직적으로 제기하는 쪽이 있는 반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일자리의 당사자는 협상장에 없다. 이 상태에서 논의가 반복되면 변화는 계속 뒤로 밀린다.

그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발상 중 하나는 특정 도시에서 기존 택시 면허를 매입하는 등 보상책을 마련하고, 새 운송 서비스를 실험할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세부 설계와 비용은 따져야 하지만, 기존 종사자가 변화의 비용을 모두 떠안지 않도록 하면서 실증할 공간을 만들자는 방향은 분명하다. 반도체 호황으로 생긴 재원을 구조 전환에 쓰자는 앞의 논의와 직접 연결된다.

한 도시의 택시 면허 매입을 제안하는 이창용

기존 택시 면허 보상과 새 운송 서비스 실증을 연결하는 제안. 슈카월드, 1:24:19

이 대목에서 이창용은 국내에서는 자율주행 시험도 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한다. 실제 정책은 그 설명보다 진행돼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6년 4월 28일 발표에 따르면 광주 전역 500.97㎢가 도시 단위 시범운행지구로 지정됐고, 200대 규모 실증을 추진할 기업도 선정됐다. 당시 자료는 조수석에 시험운전자가 있는 실증과 앞으로의 완전 무인 전환 계획도 구분한다.

따라서 필요한 변화는 실증지구의 존재를 처음 만드는 일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실제 운행 확대와 상용화의 조건, 사고 책임과 보험, 기존 운송사업자의 참여·보상까지 연결해야 한다. 택시 면허 매입이라는 그의 제안은 이 전환 비용의 배분 방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의료데이터도 이미 열려 있는 제도 위에서 병목을 찾아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2025년 12월 정책심의위원회 자료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4년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5년부터 데이터 활용·개방 사업을 해왔다는 사실이 나온다. 국립대병원 임상데이터 연계, 심의 절차 표준화와 데이터 이용 지원 확대도 후속 과제로 제시됐다. 기존에 운영되던 활용 경로와 새로 추진하는 확대 계획을 나눠 읽어야 현재의 병목이 보인다.

이 자료에서 드러나는 과제는 기관별 데이터에 접근하고 연결하는 절차, 심의에 드는 시간, 실증을 사업으로 이어가는 조건이다. 개인정보와 의료의 질을 지키면서 이 과정을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개혁이 필요하다. 산업 전환에 돈을 쓴다면 보상만 지급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새 서비스가 실제로 운영되는 데까지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호황의 성과를 다음 세대의 진입 기회로 바꾸자

대담 말미에는 퇴임 이후의 생활과 공직의 경험도 나온다. 경제학 책을 읽으며 스트레스를 푼다는 이야기, 계속 공부하고 경제를 설명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말에는 경제학자로서의 관심이 드러난다. AI 변화가 따라가기 벅차다는 자조 섞인 농담도 기술에 적응하는 부담에 대한 솔직한 표현으로 읽힌다.

공직에서의 발언이 비판받는 과정에 대한 회고는 이 인터뷰 자체를 읽는 기준도 준다. 총재 시절 판단에 대한 당사자의 설명과, 그 판단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냈는지에 대한 평가는 각각 근거를 가지고 이어가야 한다. 이 대담의 가치는 정책 담당자가 무엇을 제약으로 보았고 어떤 비용 사이에서 선택했는지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드러낸다는 데 있다.

그 설명을 따라가고 나면, 구조개혁의 우선순위도 더 선명해진다. 교육을 위해 특정 지역의 비싼 집을 사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기업 밖의 청년에게 들어갈 자리를 만들고, 새 기술을 쓸 줄 아는 사람에게 권한과 보상을 주어야 한다. 서비스업에서는 이미 시작한 실증과 데이터 개방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절차를 정비하고, 기존 종사자의 전환 비용을 함께 감당해야 한다.

이 변화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어도 이어질 수 있는 정책의 합의가 중요하다. 변화가 곧 되돌아갈 것으로 예상되면 기업도 가계도 현재의 선택을 유지하며 기다린다. 정책의 지속성은 실행의 속도와 함께 개혁의 효과를 결정한다.

반도체 호황이 남겨야 할 것은 다음 세대가 진입할 수 있는 더 넓은 경제다. 늘어난 소득이 기존 자산의 가격과 이미 확보한 자리의 가치만 높이는 데 쓰이면 성장의 격차는 남는다. 지금의 여유를 교육·고용·지역·산업 전환의 비용에 투입하고, 그 변화가 오래 유지될 것이라는 신뢰를 만드는 데 써야 한다. 그것이 이번 호황을 한국 경제의 다음 성장으로 연결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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